세계사를 배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시간순으로 접근하자니 방대하고, 지역별로 나누자니 흩어진 정보들을 하나로 엮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김동섭 저자의 『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는 매우 독창적인 접근 방식을 제공한다. ‘수도’를 중심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저자는 언어학자이자 세계사 교양서를 여러 권 집필한 전문가로, 이 책에서도 30개 도시의 역사와 지리, 정치적 맥락을 풍부하게 풀어낸다. 로마, 도쿄, 방콕, 자카르타, 런던, 파리, 모스크바, 베를린 등 우리가 익히 아는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각 수도가 탄생한 이유와 발전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수도(capital)'의 어원이 라틴어 ‘caput(머리)’에서 왔다는 설명부터 시작해, 수도는 단순한 행정 중심지가 아니라 권력, 경제, 문화의 중심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책은 5부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고대 제국의 중심지였던 도시부터 신대륙의 새 수도까지 아우른다. 특히 로마의 흥망, 도쿄의 부상, 방콕의 전략적 독립, 자카르타의 환경 문제로 인한 수도 이전 계획 등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누산타라’로 옮기려는 이유나, 뉴욕이 아닌 워싱턴이 미국 수도가 된 배경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생생한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단순한 역사 정보 전달을 넘어서, ‘왜’ 그런 선택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정치적 필요, 경제적 이해, 지리적 이점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수도’라는 키워드는 세계사의 복잡함을 한층 쉽게 풀어주는 열쇠가 된다.
만약 해외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이 책은 강력한 추천 도서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유명 관광지만 알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의 역사와 의미를 알고 방문한다면 훨씬 깊이 있는 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사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청소년이나 성인에게도 유익하다. 흥미를 느끼는 도시나 나라를 출발점으로 삼아 세계사의 다른 지역으로 관심을 확장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는 단순히 ‘세계사 책 추천’이라는 키워드를 넘어, ‘여행 전 읽기 좋은 책’, ‘수도의 역사’, ‘지리와 정치의 관계’를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권할 수 있는 책이다. 책 한 권으로 세계를 꿰뚫어보는 시각을 얻고 싶다면, 이 책으로 첫걸음을 떼어보자.